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공공이 조성한 택지를 민간에 매각해 발생한 이익으로 공공임대주택 운영비를 충당해왔지만, 이른바 '땅장사'라는 비판과 고분양가 문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토지를 팔지 않고 임대해 장기적 수익과 사회적 환원 구조를 마련하자”**는 임대형 택지 공급 제도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한국의 주택 공급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요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여권의 움직임과 토론회 배경
이재명 대통령이 김윤덕 국토부 장관에게 LH 개혁을 강하게 주문한 직후,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LH 택지 매각 방식 개혁’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추미애·박주민·진성준 의원을 비롯해 범여권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고, 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 등도 공동 주최자로 참여했습니다.
이 자리는 단순히 LH 구조를 손보는 수준이 아니라 토지공개념 실현을 위한 첫 공식 논의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LH는 택지를 팔아 발생하는 개발이익으로 적자를 메우는 교차보전 방식을 운영했지만, 결과적으로 공기업이 투기와 고분양가를 조장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여권은 이러한 구조를 이제는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임대형 택지공급이란?
임대형 택지 공급은 LH가 보유한 토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장기 임대하는 방식입니다. 건설사는 토지를 매입하는 대신 임차하여 주택을 건설하고, 발생하는 임대료와 분양 수익 일부가 장기적으로 공공 재원으로 환수됩니다.
이 방식은 뉴욕 맨해튼의 배터리파크시티, 싱가포르 HDB(공공주택 개발청), 홍콩의 공공임대제 등에서 이미 적용돼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단기적인 매각 차익은 줄어들지만, 장기적 안정성과 공공성 강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공공이 토지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시장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가 큽니다.
해외사례와 국내 적용 가능성
해외 사례는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줍니다. 배터리파크시티의 경우 1970년대에 시작해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2014년에는 국채를 전부 상환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싱가포르는 국토의 80% 이상을 HDB가 주거용으로 관리하면서 장기간 국민 주거 안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한국의 3기 신도시 개발에도 시사점을 줍니다.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 안정성을 추구할 때, 국민의 주거 부담은 줄어들고 공공의 신뢰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해외 모델을 벤치마킹하되, 한국의 재정 구조와 부동산 시장 특성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3기 신도시 적용 논의
특히 3기 신도시는 교통망 확충과 수도권 수요 분산을 위해 전략적으로 조성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임대형 택지 공급을 실험하기 좋은 곳으로 꼽힙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3기 신도시는 입지가 우수하고 수요가 풍부해 재정 자립이 가능하다”며 강하게 제안했습니다.
임대 수입의 일정 부분을 공공임대주택의 적자 보전에 활용하는 교차보조 구조도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공공은 토지 소유권을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민간 건설사 역시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상생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은 과제와 우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습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정부 재정 부담이 늘어납니다. 지금까지는 토지를 매각해 당장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임대형 공급은 장기적 회수 구조라 초기 자금 공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공공임대주택 건설·운영 비용을 정부가 책임지고 충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한 민간 건설사 입장에서는 토지 매입 대신 임대 구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시장 참여자들의 저항을 줄이고 제도를 연착륙시키려면 세제 혜택, 금융 지원 같은 유인책이 병행돼야 합니다. 결국 사회적 합의와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단순한 제안이 아닌 실질적인 실행 계획이 중요합니다.
결론: 공공성과 시장의 균형 찾기
토지 임대형 공급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민 주거 안정과 국가 지속가능성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토지공개념’ 논의가 현실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3기 신도시부터 본격 도입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핵심 과제입니다.
단순히 토지를 매각해 수익을 내는 구조에서 벗어나, 주거 안정·공공성·개발이익 환수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토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켜줄 수 있느냐는 점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