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집값 더 오르는 거 아닌가요?”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흔히 들리는 한숨 섞인 말입니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서울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이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공급은 줄고, 대기수요는 넘쳐나는 상황. 과연 서울의 집값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2025년 분양 물량, 4년 만에 최저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일반분양이 이뤄졌거나 예정된 물량은 총 7,358가구입니다. 이는 전년도 1만149가구보다 28% 감소한 수치이며, 2021년(2,960가구)을 제외하면 최근 10년 내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이러한 공급 감소는 서울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 병목’ 현상을 다시 드러냅니다. 서울은 전국 인구의 18.2%가 몰려 있지만, 신규 분양 물량은 전국의 6%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시장의 균형은 필연적으로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률은 이미 과열…1순위 평균 59.81대1
물량이 줄어드니 청약 시장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2025년 5월까지 청약을 받은 ‘고척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래미안 원페를라’ 등 4개 단지의 평균 경쟁률은 무려 59.81대1에 달했습니다. 특별공급을 제외한 791가구 모집에 47,314명이 몰렸습니다. 이는 단순히 ‘내 집 마련’의 꿈을 넘어서 ‘투자 수단’으로서의 서울 부동산의 인기를 보여줍니다.
서울은 2015년 이후 10년 연속으로 1순위 청약 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유지한 유일한 지역입니다. 불황기에도 청약만큼은 꾸준히 흥행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공급이 워낙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공급 확대, 왜 어려울까?
전문가들은 서울의 청약 과열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공공 및 정비사업 추진 속도는 느리고, 인허가 과정은 복잡하며, 분양가 규제까지 있어 공급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와 같은 제도 변화도 공사비를 증가시켜 분양가 상승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실수요뿐만 아니라 외부 대기 수요도 항상 넘치는 시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른다”고 분석했습니다.
분양가 상승 → 집값 상승 → 다시 분양가 상승
이런 악순환은 실제 수치로도 나타납니다.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전용 59㎡ 기준)는 12억3,332만 원으로 전년 대비 24%나 상승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급 불균형을 넘어서, 분양가 상승이 곧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줍니다.
높아진 분양가는 주변 시세를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다음 단지의 분양가에 영향을 미칩니다. 결국 집값과 분양가가 서로를 밀어올리는 ‘가격 상승의 순환고리’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연말까지 남은 분양 단지는 단 4곳
2025년 연말까지 서울에서 분양을 앞둔 단지는 단 4곳에 불과합니다. 각각 다음과 같습니다:
- 영등포구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 (1-1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 동작구 사당동 힐스테이트 이수역 센트럴 (9월 예정)
- 영등포구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10월 예정)
-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 재건축 단지
이처럼 남은 물량도 제한적이라 향후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론: 공급정책 없이는 시장 안정도 없다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공급 부족 해결입니다. 단기적 수요 조절책만으로는 청약 과열이나 집값 상승을 막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시장의 불안심리만 키울 수 있습니다.
정부는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의 효율화, 공공택지 추가 확보, 중산층을 위한 민간분양 확대 등 다각도의 공급 대책을 서둘러야 합니다. 수요 억제보다 중요한 건, 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공급이 멈추면, 가격은 뛴다.” 이 단순한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