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전세가율이 ‘역대 최저’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
전세가율은 쉽게 말해 “집값(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입니다. 예를 들어 전세가율이 50%라면, 매매가 10억짜리 집의 전세가가 5억 수준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 핵심지에서 이 비율이 크게 낮아졌다는 건, 전셋값이 내려갔다기보다 매매가가 전세를 훨씬 앞질렀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전세는 오르는데 매매는 더 크게 오르니, 두 가격의 ‘거리’가 비정상적으로 벌어지는 그림이 됩니다.
2) 숫자로 보면 체감이 더 된다
공개된 통계 흐름을 보면 강남권 일부 지역은 전세가율이 40% 초반, 심지어 30%대 후반 수준까지 내려갔습니다. 서울 평균과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간극이 매우 큽니다.
- 갭(매매가-전세가)이 커질수록 전세를 끼고 매수하기가 어려워지고, 초기 자금 부담이 커집니다.
- 반대로 전세가가 오르는 순간 매매 심리가 “지금이 더 늦기 전에”로 흔들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3) 강남·송파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 전반’의 흐름
체감상 강남·송파가 가장 자주 언급되지만, 실제로는 서초·용산·마포·성동 등 서울 내 여러 자치구에서 전세가율이 통계 집계 이후 최저 수준을 찍는 흐름이 관찰됩니다.
저는 이 대목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즉, 이게 특정 동네의 일시적 이벤트라기보다 서울 상급지 전반으로 “매매가 상승 속도 > 전세 상승 속도” 구조가 고착되는 모습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4) 왜 이렇게 벌어졌나: ‘똘똘한 한 채’가 만든 압축
규제 환경이 강해질수록 시장은 오히려 단순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러 채를 운용하기 어렵거나 대출 여건이 빡빡해질수록, 수요는 “안전하다고 여기는 곳”으로 쏠립니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흐름이 강해지는 이유입니다.
제가 느끼는 ‘체감 포인트’
- 전세로 버티기보다, 대출을 활용해 상급지로 직진하려는 심리가 커졌다.
- 과거 상승장을 경험한 3040과 생애 최초 매수자들이 “다시 놓치기 싫다”는 학습효과를 보인다.
- 결국 수요가 외곽에서 상급지로 이동하면서 매매가가 더 빨리 뛰는 압축이 발생한다.
5) 최근 거래 반등과 30대 매수 증가가 의미하는 것
최근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 거래가 한동안 주춤했다가 반등했고, 특히 30대 매수 증가폭이 눈에 띄었다는 지표가 나왔습니다. 시장이 얼어붙은 것처럼 보여도, “기회라고 판단하면 들어가는 층”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들이 ‘전세를 거쳐 천천히’보다 ‘대출을 끌어서라도 빠르게’로 움직이면 상급지 매매가의 하방이 단단해지고 전세가율 괴리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6) 갱신 계약 비중 증가가 전세가율을 더 낮춰 보이게 할 수도
임대차 제도 이후 갱신 계약 비중이 늘어나면, 신규 전세가격과 갱신 전세가격이 섞여 통계에 반영됩니다. 갱신은 보통 신규보다 낮은 가격에 유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통계상 전세가격이 ‘덜 오른 것처럼’ 보이면서 전세가율 하락이 더 도드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전세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통계가 보여주는 평균이 실제 체감과 다를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7) 2026년 관전 포인트: 입주 물량 + 전세 상승이 다시 매매를 흔들까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건 ‘공급 공백’입니다. 만약 올해 입주 물량이 부족해 전세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 전셋값이 상승하고 그 상승이 매매 심리를 다시 자극하는 “전세→매매 자극” 구조가 재연될 수 있습니다.
- 전세 매물 감소와 체감 전세가격 상승(특히 학군/역세권)
- 신규 전세 계약가가 갱신가 대비 빠르게 뛰는지
- 매매는 조용한데 실거주 수요(전세 난민)가 늘어나는지
8) 일반 구독자 관점에서의 현실적 대응
전세 거주자라면
- 계약 만기 3~4개월 전부터 동네 전세 재고(매물 수)를 먼저 보세요.
- 갱신/신규 시나리오를 나눠 월별 현금흐름을 계산해 두면 협상력이 생깁니다.
- “전세가율이 낮다”는 말에 휩쓸리기보다, 내가 구하는 단지의 ‘신규 전세가’가 핵심입니다.
매수를 고민한다면
- 전세가율이 낮은 구간은 초기 자금 부담이 커지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레버리지 한도를 냉정히 확인하세요.
- 입주 물량/전세 흐름이 바뀌면 분위기도 바뀝니다. ‘전세 상승 속도’를 모니터링하세요.
- “상급지 직진”은 장점도 있지만, 금리·대출 조건 변화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전세가율 최저는 ‘끝’이 아니라 ‘신호’일 수 있다
전세가율이 바닥을 찍었다는 표현은, 단순히 “전세가가 싸다”가 아니라 매매가가 전세를 멀찍이 따돌려 놓은 상태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만약 공급(입주) 공백까지 겹치면 전세가가 다시 뛰고, 그 전세 상승이 매매 심리를 자극하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올해는 “매매만” 보지 말고, 전세의 속도를 같이 보는 게 훨씬 중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