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무서운 건 폭락도 폭등도 아닙니다. ‘정책 일정이 확정되는 순간’이에요. 그날부터 시장은 가격이 아니라 시간으로 움직입니다.
최근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5월 9일로 종료한다는 입장을 연일 분명히 하면서, 서울 강남·송파 일부 지역에서 호가를 낮춘 급매가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콧대 높던 집주인도 1~2억씩 낮춘다”는 말이 그냥 감정이 아니라, 세금과 일정이 만든 현실이라는 뜻입니다.
1) “급매가 먼저 나온다”는 말의 진짜 의미
급매는 단순히 “싸게 파는 매물”이 아닙니다. 급매는 ‘팔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매물이에요. 특히 세금 유예 종료처럼 데드라인이 생기면, 매도자는 이렇게 계산을 시작합니다.
- 가격을 조금 더 받는 것 vs 기한 안에 잔금을 치르는 것
- 버티는 것 vs 정책 리스크를 정리하는 것
- 호가를 지키는 자존심 vs 계산 가능한 손실로 확정하는 것
이때 시장은 “희망가”를 들어주지 않습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기거든요. ‘기다리면 더 좋은 조건이 나온다’는 확신이 생기는 순간, 협상 주도권은 매수자에게 넘어갑니다.
2) 실제 사례: 송파·강남에서 1~2억 호가 인하가 등장
보도에 따르면,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49㎡ 고층 매물은 기존 24억5천만 원에서 23억5천만 원으로 1억 원 낮춘 사례가 언급됩니다. 다주택자 소유 매물로, 유예 종료가 연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고 일몰 전 거래를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전용 84㎡ 중층은 직전 거래가로 언급된 36억 원보다 2억 원 낮춘 34억 원 매물이 등장한 것으로 보도됩니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소유자가 다주택자가 아니더라도 주변 급매가 속도를 내면 ‘나도 빨리 갈아타기 위해’ 가격을 조정하는 흐름이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급매는 한 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시장은 서로 연결돼 있고, 특히 갈아타기 수요가 있는 곳은 ‘앞단의 급매’가 ‘뒷단의 가격조정’을 끌어냅니다.
3) 다주택자 입장: 지금은 ‘버티기’가 아니라 ‘손익분기점’을 계산할 때
저는 다주택자를 무조건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다만 정책 신호가 강할 때는, 시장에서 중요한 질문이 바뀝니다.
예전 질문: “언제 오를까?”
지금 질문: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왜냐하면 유예 종료가 가까워질수록, 다주택자의 선택지는 ‘심리’가 아니라 ‘공학’이 됩니다. 세금, 금리, 보유비용, 전세 리스크, 기회비용을 합쳐서 손익분기점을 계산해야 해요.
✅ 다주택자 체크리스트 (거래 속도전 대비)
- 잔금 가능 일정: 5/9 전 매수자 자금조달(대출/자금출처 포함)까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 세금 시뮬레이션: 유예 종료 전/후 양도세 차이(취득가·필요경비·보유기간 반영)를 숫자로 확인했나?
- 가격 전략: 한 번에 ‘체결가’를 제시할 건가, 단계 인하로 버틸 건가(속도 vs 가격)?
- 매물 경쟁력: 동·층·향·수리상태·전망 등 “내 매물의 단점”이 급매 국면에서 더 크게 보이지 않는가?
- 현금흐름 계획: 팔고 난 뒤 무엇을 할 것인가(대출상환/현금비중/분산투자)까지 준비되어 있는가?
다주택자에게 가장 위험한 착각은 이겁니다. “내 물건은 좋은 물건이라서 끝까지 비싸게 팔린다.”
시장은 좋은 물건도 인정하지만, 정책 데드라인 앞에서는 ‘가격’보다 ‘체결’이 먼저입니다.
4) 실수요자 입장: 급매는 기회가 맞다, 하지만 ‘싸서 사는’ 순간이 함정이다
실수요자에게 이 국면은 분명 기회입니다. 다만 급매는 선물처럼 떨어지지 않아요. 급매는 대개 조건을 함께 들고 옵니다.
✅ 실수요자 체크리스트 (급매 검증 5분 점검)
- 급매 사유: 진짜 급한 사유(일정/세금/자금)인지, 단순 호가 장난인지 확인
- 대출/DSR: “가능한 한도” 말고 월 상환 부담을 최대치로 계산(금리 변동까지)
- 동·층·향·하자: 급매는 ‘이유가 있는 급매’일 수 있음(소음, 일조, 누수, 결로, 하자)
- 거래 속도: 계약서 특약(하자, 중도금, 잔금일, 인도)에서 실수요자가 불리해지지 않게
- 비교 기준: 같은 단지/유사 평형의 최근 체결 흐름과 비교(“얼마나 급한가”를 숫자로 판단)
실수요자에게 정답은 “최저가”가 아닙니다. 내가 감당 가능한 가격에서 좋은 물건을, 안전하게 계약하는 게 정답이에요. 급매는 협상력을 주지만, 판단력을 대신해주진 않습니다.
5) 앞으로의 시나리오: 강한 메시지가 계속될수록 시장은 ‘속도전’이 된다
정책 톤이 강해질수록 시장은 단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합니다. “연장 없다”, “더 강하게 간다”, “부동산은 잡는다.” 이 말들이 사실이냐 거짓이냐를 떠나, 시장 참여자들은 리스크를 먼저 줄이는 행동을 합니다.
- 다주택자: 절세 목적의 매도 가속 → 급매/호가 조정 증가
- 갈아타기 수요: 먼저 팔아야 사는 구조 → “빨리 파는 쪽”이 유리
- 실수요자: 협상력 증가 → “조건 좋은 급매”는 빠르게 소진
- 지역별 온도차: 핵심지 급매는 거래가 붙지만, 비핵심지는 관망이 길어질 수 있음
그래서 이 국면은 ‘폭락장’이라기보다, 정책 일정 앞에서의 체결 경쟁에 가깝습니다. 먼저 움직이는 쪽이 시간을 벌고, 늦는 쪽이 비용을 치를 가능성이 큽니다.
마무리: 집을 ‘투자상품’으로만 보던 시대는 끝나고, ‘리스크 관리’의 시대가 온다
요즘 시장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부동산으로 돈 벌기 어렵게 하겠다”는 메시지는, 결국 부동산을 ‘느낌’으로 접근하지 말고 ‘관리’하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고요.
다주택자는 “버티면 된다”가 아니라 내가 감당 가능한 손실 범위를 확정해야 하고,
실수요자는 급매가 보이는 순간일수록 검증과 특약을 더 단단히 해야 합니다.
지금 시장에서 제일 위험한 말은 두 가지입니다.
- ❌ “조금만 더 올려서 내놓자.”
- ❌ “급매니까 일단 잡고 보자.”
정책의 데드라인이 다가오면, 시장은 “가격”보다 “시간”에 반응합니다. 그리고 시간은 늘, 준비된 사람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