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대책 이후 한 달 사이 서울 아파트 매물이 15% 넘게 줄고, 거래량은 전달 대비 80% 이상 급감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시장이 멈춰 선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여전히 선호 단지 중심의 조용한 상승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 10·15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 무슨 일이?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규제지역으로 묶고, 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낮추는 강력한 대출 규제를 내놓았습니다. 가격 구간별로는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25억원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 수준으로 대출 한도를 조인 상태입니다.
그 결과, 투자 수요나 갈아타기 수요는 사실상 막히고 실거주 목적 외에는 거래가 거의 어려운 시장으로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대출이 안 나온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규제 풀릴 때까지 조금 더 버텨보자”라는 심리가 겹치면서 현장에서는 ‘사지도 못하고 팔지도 못하는 거래절벽’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입니다.
2. 왜 용산만 예외일까? 자치구별 매물 급감 현황
부동산 플랫폼 자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약 7만4천여 건으로, 한 달 전 8만2천여 건에서 15.3% 감소했습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용산구만 0.8% 소폭 증가했고, 나머지 24개 구는 모두 매물이 줄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성북구: 약 3080건 → 2250건 수준으로 27%대 급감
- 강서구: 약 4080건 → 2990건대로 26%대 감소
- 서대문구: 약 2670건 → 1980건대로 26% 감소
- 마포구: 약 2280건 → 1700건대로 25%대 감소
- 동대문구: 약 2570건 → 1940건대로 24%대 감소
용산만 매물이 소폭 늘어난 이유는 단순히 규제 영향에서 자유롭기 때문이 아니라 개발 호재와 상징성, 상급지 위상이 결합된 결과로 보는 해석이 많습니다. “어차피 장기적으로 오를 곳”이라는 기대감이 강해 매수·매도 모두 적극적인 탐색이 이어지는 특수 지역인 셈입니다.
3. 거래량은 ‘뚝’, 가격은 여전히 ‘플러스’… 이 괴리의 정체
매물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실제 거래량도 크게 감소했습니다.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잠정치 기준 1500건 안팎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달 약 8400여 건과 비교해 80% 이상 줄어든 수치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거래가 거의 멈추다시피 했는데도 가격은 여전히 ‘하락’이 아니라 ‘상승’이라는 것입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11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8% 상승했습니다. 상승 폭은 소폭 둔화됐지만, 트렌드 자체는 아직 ‘플러스’입니다.
자치구별로 보면 송파구(0.39%)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동작구(0.35%), 용산구(0.34%), 성동구(0.32%), 영등포구(0.29%)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거래는 안 되는데, 선호 단지·재건축·역세권·대단지 중심으로만 조용히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4. 수급불균형과 입주 물량, 집값을 떠받치는 진짜 힘
시장에서는 지금 상황을 단순히 “규제 때문에 매물이 줄었다”로만 보지 않습니다. 만성적인 수급불균형과 입주 물량 부족이 집값을 받쳐주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이 서울 입주 물량입니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약 4200가구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올해 약 4만6000가구의 10%에도 못 미치는 물량입니다. 공급은 줄어드는데, 서울에 살고 싶어 하는 실수요는 꾸준한 구조이기 때문에 “조정은 오더라도 크게 무너지기 어렵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져 있습니다.
정부가 9·7 대책 등을 통해 주택 공급 확대 의지를 밝히긴 했지만, 실제 공급이 시장에 등장하기까지는 인허가 → 착공 → 분양 → 준공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시간차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지지력이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5. 실수요자·매도자별 대응 전략 정리
5-1. 실수요자(내 집 마련·갈아타기 수요)를 위한 전략
- ① 대출 한도 안에서 ‘현실적인 목표’ 다시 세우기
LTV 40%와 구간별 대출 한도를 감안하면, 예전 같은 ‘레버리지 플레이’는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이제는 자기자본 40~50% 이상을 준비한 실수요 위주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 ② 거래량이 줄어든 지금, ‘선호 단지 시세’ 체크하기
실제 체감 거래는 줄었지만, 재건축·역세권·대단지 등 상급지·선호 단지 가격은 꾸준히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거래가 적을수록 실거래 한두 건이 향후 호가를 움직이는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 ③ 입주 물량·전세 시장을 함께 보는 시각
서울 전체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구간에서는 전세 물건 부족 → 전세가 방어 → 매매가 지지라는 연결 고리가 생기기 쉽습니다. 특히 직장·학군·교통 여건이 좋은 지역의 중소형 평형은 실거주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단기 변동성에만 집중하기보다는 3년 이상 거주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5-2. 매도자(기존 집주인)를 위한 전략
- ① 호가만 높게, 거래는 없는 ‘버티기 싸움’ 경계
집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매물 회수·버티기에 나서는 집주인들이 많지만, 실제 수요가 얇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높은 호가는 거래 기회를 완전히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② 급한 매도라면, ‘현실적인 시세 조정’이 오히려 빠른 전략
잦은 규제·완화 흐름 속에서 시장은 앞으로도 정책에 따라 요동칠 가능성이 큽니다. 대출 규제·보유세·보수비·공실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지금이 정리 타이밍이라면, 시장 시세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 조정이 필요합니다. - ③ 장기 보유라면, ‘수급·입주·재건축 이슈’에 집중
장기 보유 관점에서는 단기 시세보다는 해당 단지의 재건축 가능성, 주변 개발 호재, 향후 3~5년 입주 물량이 더 중요합니다. 특히 공급이 극단적으로 부족한 시기에는 우량 자산을 중간에 놓고 후회하는 경우도 많으니 자산 포트폴리오·보유 기간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6. 정리: 지금은 ‘포기’가 아니라 전략을 갈아탈 시기
지금 서울 주택시장은 한 마디로 “용산만 예외인, 매물도 거래도 줄어든 시장”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지역이 같이 오르거나, 모든 단지가 동시에 조정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수요가 강한 상급지·재건축·역세권·대단지는 여전히 조용히 가격을 올리고 있고, 입주 물량이 줄어들면서 단기적인 공급 부족에 따른 불안 심리도 더해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 규제가 풀릴까”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규제 틀 안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을 찾는 것입니다. 실수요자는 자금 계획과 입지·단지 선별에 더 집중해야 하고, 매도자는 보유·매도 중 어떤 선택이 내 재무 상황에 유리한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시장은 겉으로 보기엔 조용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숫자와 정책, 수급 구조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지금의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시장’ 속에서도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